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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학생자치, 우리는 어디쯤에 와 있을까?(1)

Gschool
2024-04-24
조회수 201


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게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교육실험실21 대표 쩜백, 거꾸로캠퍼스 학생문화팀장 몰라와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학생자치’입니다.




편집팀 (이하 생략) :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지방자치, 주민자치’와 같은 용어가 사용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자치’라는 단어의 의미도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텐데요,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풀이는 다소 추상적인 느낌이 들어 좀 더 개인에게 와 닿는 설명을 찾아 보았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자신이나 자신들에 관한 것을 스스로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이라고 서술해 놓았더라고요.


오늘 ‘학생자치’에 대해 말씀 나눌 두 분께서는 교사로서 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이니, 교육 현장에서 의미하는 학생자치는 어떤 활동들이고 또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쩜백 : 교육 현장에서 ‘학생자치’는 현실적으로는 ‘학생회 활동’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학생회를 조직하고, 학생회에서 학생들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학생자치라고 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의미나 범위 설정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학생자치는 그보다는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의견을 내고, 관여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전체적인 것들을 모두 학생자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몰라 : 저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학생자치라는 표현보다는 ‘학생 주도적 문화’라고 하는 표현이 조금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교라는 곳에서 ‘문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배움 교육의 전반적인 과정을 다 포괄하는 표현이 될 것 같습니다. 일반 학교 학생들이 정해진 교육과정 안에서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면 거꾸로캠퍼스(이하 거캠)에서는 교육과정을 포함하여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에 스스로 주체로서 참여하고 만들어나가는 역할들을 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거캠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 자체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동아리 활동도 학생 주도적 문화이고, 저녁 시간에 학생들이 집에 가지 않고 거캠에 남아서 무언가 하는 것들도 학생 주도적 문화의 모습들인 것이죠. 거캠의 교육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인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이 이러한 학생 주도적 문화를 통해서 길러지고, 그것이 교육으로 돌아온다면 프로젝트에 대한 주도성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자치의 중요성이 최근 더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가 불확실성이 높은 요즘 사회에서 자신의 삶과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하는 것이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학생자치를 경험해 보는 것이 개인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학생자치가 학생 자신에게 주는 효능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쩜백 : 말씀하신 대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사회에서는 다양한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자체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내가 맞닥뜨리는 문제를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서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경험들은 이후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거캠에서 강조하는 ‘삶과 학습에서의 자기 주도성’과 ‘협력적 문제 해결력’을 개발시키는 데 학생자치 활동이 중요한 단서가 되는 이유죠. 특히 학교라는 곳은 단순히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생이 삶을 살아가는 곳이고, 실질적으로 자신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해결해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의 학생자치 활동은 ‘시민의식’을 기르는 중요한 경험 중 하나가 될 수 있지요. 내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나아가 지역사회, 혹은 우리나라나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 인식할 수 있는 힘, 말하자면 문제에 대한 감수성 같은 것들을 길러내게 합니다. 그런 감수성이 기반이 되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역량과 힘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몰라 : 거캠의 경우 교육과정 전반은 문제해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세상 속에 있는 문제를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인데 비해, 학생자치 활동은 진짜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학생 주도적 문화 측면에서 보면 자기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는 경험이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효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학생 주도적 문화 안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방향을 찾기도 하고 관련된 활동들을 해보면서 개인적인 능력을 길러가는 부분들도 꽤 많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거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자치, 학생 주도적 문화와 관련된 활동들이 궁금해집니다.


쩜백 : 우선 거캠이 처음 출발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학생 문화와 학생 조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제가 2018년에 거캠에 왔을 때는 학생 조직이라고 할 만한 것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 때는 학생 수가 많은 편이 아니었거든요. 학생들이 무언가 자신들과 관련된 일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해야겠다 하면 학생 전체가 모여서 원을 만들어 앉고, 학생 한 명이 자발적으로 사회를 보면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는 과정들을 거친 후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리는 식으로 학생자치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점차 학생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소규모의 학생들일 때는 가능했던 방식들로 계속 해 나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게 된 거죠. 학생들도 스스로 학생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사회 수업 시간에 하고 있던 수업 내용이 정부 조직에 대한 것이었는데, 입법부 / 사법부 / 행정부와 관련된 수업을 하고 나니까 학생들이 “거캠에도 이런 게 필요하지 않을까?” 의견을 모아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같은 조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 만들어진 걸 다시 뒤집었어요. 왜냐하면 그러한 조직의 모습이 우리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거캠에 맞는 학생 조직의 형태는 뭘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학생들 중 일부가 TF팀을 만들어 여러 번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우리의 학생 문화에 맞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주제로 한 회의를 계속 해나갔습니다. 그 회의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했고요. 그 회의 끝에 나온 결과가 지금의 거캠 학생 조직 형태의 초안이 되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 학생들이 우리는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이고,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부서들이 필요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학생헤드, 문화행사부, 콘텐츠홍보부, 유캔트라이애니띵부, 사업재무부 등의 직위와 부서였습니다. 학생헤드는 전체 학생들을 대표하는 일종의 학생회장과 같은 역할을 했죠. ‘콘텐츠홍보부’라는 부서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홍보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실행하기도 했고, ‘문화행사부’에서는 학생들끼리 즐겁게 행사 등을 하며 자신들의 문화적 질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활동들을 했습니다. ‘사업재무부’라는 부서는 학생회의 자체적인 예산을 만들기 위한 일을 하기도 합니다. 특이했던 부서는 ‘유캔트라이애니띵부’인데요, 아무거나 다 해볼 수 있는 부서라고 의미를 부여해서 회사로 치면 일종의 ‘신사업기획부’ 같은 느낌을 가진 부서였습니다.


부서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학생회 정관도 직접 작성을 했었어요. 학생회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에 대해 문서화된 정리까지도 이루어내서 지금까지도 그 정관을 바탕으로 학생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오면서 필요한 변화와 새로운 시도들을 수용하기도 했죠. 그런 새로운 시도 중 하나가 ‘그림자 위원’이라는 것인데요. 그게 무엇이냐면, 거캠의 학생회에는 학생회의 각 부서의 부장들, 학생헤드가 함께 하는 ‘임원진 회의’가 있습니다. 학생회에서 중요한 논의를 하는 회의입니다. 그런데 학생들 안에서 ‘그 중요한 회의를 우리끼리만 해도 될까?’라는 의견이 있어서 ‘그림자 위원’이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학생회가 아닌 학생들 중 신청을 받거나 임의로 몇 명을 뽑아서 회의에 참석시켰고, 이 그림자 위원들이 임원진 회의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어요. 학생들이 스스로 감시와 견제의 원리를 실천한다는 것도 매우 놀라운 것이었죠. 그림자 위원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과 시간 내 2주에 1번씩 3시간 정도 학생자치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총회’, 즉 회의만 진행했던 것에서 나아가 이 시간도 보다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더해 같이 노는 시간을 넣어보기도 하고, 우리가 생활하는 거캠 공간이나 커뮤니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제들이 있으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디자인 씽킹 챌린지’와 같은 작은 챌린지 활동을 넣어서 진행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우리가 거캠 안에서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려면 어떤 것이 더 있어야 할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 많은 것들이 만들어져 왔고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몰라 : 거캠에서는 조직이 있으니 무조건 뭔가 해야 된다는 것보다는 우리가 생활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중요한 조직이고, 이런 것들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부터 시작해 만들어져 온 것들이 많습니다. 도전이나 새로운 것도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편이고요.

동아리 같은 경우에도 아침밥을 직접 만들어 나누어 주는 프로젝트를 했던 ‘로플’처럼 마음이 모아진 친구들이 ‘이번에는 이런 거 한번 해볼까?’ 해서 만들어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거캠의 학생 문화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학생회나 학생 조직의 선거 풍경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몰라 : 학생헤드 선거는 한 학기에 한 번 진행하고 임기인 한 학기 동안 학생헤드와 임원들을 중심으로 주도적인 활동을 이어나가게 되지요. 학기가 끝날 즈음에 입후보 신청을 받아서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선거관리위원회도 꾸려지는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선거가 진행됩니다. 선거 유세도 하고요. 이후에 학생회 신청은 별도로 받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참여하고자 하는 인원을 신청 받고 그 안에서 부장을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학생회는 자체 예산이 있습니다. 임원진 회의가 중심이 되어 각 부서에서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는데 예산 사용에 관해서는 학생회가 거의 전적으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학생회의 몫이고 그 과정에서 교사들이 학생회를 돕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지난 학생총회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학생헤드가 총회를 진행하는 모습이나 각 부서의 부장들이 나와서 브리핑하는 모습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질문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투표할 사안이 있으면 설문링크가 연결된 QR코드를 공유하고 학생들은 스캔해서 바로 투표를 진행한 후에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도 흥미로웠고요. 


과거에 제가 학생 시절에 경험했던 학생자치 활동들은 지금 거캠의 모습처럼 학생들이 자율성을 갖고 활동하는 게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았고 소수가 이끌어 가면 나머지는 무관심하거나 방관하거나 하는 경우들도 볼 수 있었는데요, 거캠 학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시나요?



쩜백 : 저는 그것이 시켜서 하는 것과 알아서 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학교에는 학교라는 공식적인 틀이 있고, 그 안에 소속된 학생회와 그들이 해야 하는 것들이 비교적 정해져 있는 편이잖아요. 물론 임원진들이 가진 주도성도 있지만 일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의 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고요. 학교나 선생님이 시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참여도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캠의 경우에는 학생 주도적 문화에 80여명이 넘는 재학생들이 공감을 하고 있어요. 학생총회를 할 때에도 참여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고 보고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이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저는 그들을 변화하게 만드는 주체도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생회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학생들 스스로가 어떻게 하면 다른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실질적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형식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결정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인 회의에서 다루는 것들이 실제로 좋은 결과를 만들고, 변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어떻게 친구들을 참여시켜야 할지 고민하는 주체가 학생이다 보니 무관심이나 방관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방법을 만들어 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학생 문화 담당을 했을 때를 예로 들어 볼게요. 이번 선거에 학생헤드 후보가 안 나올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을 때 저는 “끝까지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학생 조직이 없어지는 거지”라는 식으로 쿨하게 반응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학생들이 더 고민을 해서 방법을 찾거나 대안을 제시하더라고요. 거캠에서도 초기에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학생회 활동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힘든 부분도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갖는 학생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느 정도 문화가 자리 잡고 나니 선거에도 복수의 후보가 나오는 경우도 꽤 생기고 학생들이 자치활동에 대해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학생들이 내가 속한 공간과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도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상황이나 문제들에 대해 수시로 공유가 되어야 내 일처럼 느끼기도 하고, 할 말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거캠에서는 구성원들이 교내 정보나 안건들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나요?


쩜백 : 정보 공유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편입니다. 밴드 앱을 통해 공유하기도 하는데, 밴드는 공식적인 정보의 전달이 주가 된다면, 학생들만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도 있어서 그 안에서 수시로 공유되는 것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총회가 정보 공유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하죠. 2주마다 한 번씩 자리가 만들어지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니까요. 총회를 하기 위한 부서별 회의는 거의 매주 있습니다. 또한 학생 문화 담당 교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도 이루어지고 있고요. 학생들이 원한다면 담당 교사나 헤드티처와 같이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그 밖에는 학생회 부서나 임원진 회의 진행 후 회의록을 매번 밴드에 공유하고 있는데, 회의록을 공유한다는 것은 그 회의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죠. 공유를 통해서 학생들이 부서의 일과 의사결정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학생자치 활동 중, 밖에서 보시기에 재미있었던 사례나 시행착오의 사례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몰라 : 재미있는 것은 ‘함께 놀기’에요. 학생회 안의 문화행사부가 주도해서 하는 것인데 거캠만의 색깔 있는 학생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는 것 만큼이나, 학생들에게는 쉬고, 노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거캠은 협력적 문제해결 능력을 추구하는 학교니까 노는 것도 협력해서 같이 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공식적이고 중요한 행사 중 하나입니다. 1박2일로 놀기도 하고, 체육대회를 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함께 놀기 시간을 더 마련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같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학생들끼리 하나의 공동체로 엮어나가는 중요한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쩜백 : 학교의 중요한 행사를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큰 틀의 원칙이 재미있는 경험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함께 놀기도 마찬가지고, 배움장터 같은 경우에도 학생들이 컨셉을 고민해서 포스터나 홍보 영상도 만들고, 운영하는 학생들은 소품도 준비해서 착용하고 교내 공간도 꾸미는 활동들을 손수 해 나갑니다. 자신들의 배움에 대한 축제를 기획, 준비하고 실제 운영해보는 것, 이후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는 것까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해 나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학생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거나 무제한적인 자유를 주는 것은 앞서 이야기 나눈 학생자치의 효능의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의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거캠의 경우 어떤 원칙이나 규칙이 있을까요? 거캠 헌장이 만들어진 과정이나 배경에 대해 덧붙여 주셔도 좋겠습니다.



몰라 : 거캠 헌장이 질문해주셨던 원칙과 규칙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거캠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이나 학업에 관한 부분에 대해 세세한 규정이나 틀을 정해놓고 무조건 따라야 된다고 하지 않습니다. 정말 최소한으로,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사항을 정한 것이 헌장이에요. 거캠 초기에 학생들과 함께 논의를 통해서 헌장이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그 첫 번째 조항이 ‘다른 학생들한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자기 개인의 성장이라든가 공동체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점과 같이 일반적이고도 중요한 원칙들이 들어가 있어서 학생이 어떠한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판단을 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결정하는 것들이 거캠 헌장에 위배가 되지 않는가를 따져보는 것이 원칙과 규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거캠 헌장을 중심으로 학생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거캠 헌장은 헤드티처가 학생들에게 오리엔테이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쩜백 : 거캠 헌장에 명시되어 있는 것 이외에도 학생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원칙이 더 있는데요, ‘모든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자치 활동에서도 배제되는 학생이 없도록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원칙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캠에서는 학생이 학생자치의 주체가 되다 보니 배제되는 학생이 없도록 그들 스스로 신경 쓰고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간다고 말씀해 주셨던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지금까지 나눠주신 생각들에 덧붙여 학생자치에서 필요한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추가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몰라 : ‘학생을 주체로 인정하는 것’, 현실적으로 말씀드리면 학교의 큰 틀을 만들어 나가는 부분에서는 교사가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교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을 학생들의 의견을 다 듣고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학생이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사가 조금 더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적어도 학생들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들이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너희들이 주체고, 너희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하고, 너희들의 결정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지만 살펴보고 간섭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겠고요. 또한 학생회나 동아리 등 학생자치에 관한 예산을 학교 안에 확보해 놓고 그것을 쓰는 주체가 학생이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도 큰 역할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주체적인 조직이 되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예산을 쓸 수 있는 자유가 동반되어야 하니까요.

                                                    

쩜백 : 학생을 교육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존중’하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존중이란 우리가 함께 이 학교를 만들고 운영해 나간다는 부분에서의 존중을 의미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인내도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할수록 교사 입장에서는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 인내해야 학생들이 주체로 존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선을 긋게 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게 되면 학생들도 우리가 다룰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고 의견이나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교사에게는 존중에 기반한 인내가 필요하고 학생들도 대화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정제할 줄 알게 되면서 서로가 성숙한 주체가 되어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아직 거캠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학생들이 보다 더 자치적으로 또는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학생 조직의 구조와 형태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고, 관련된 시도들이 많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거캠에서도 그 동안 계속 실험하고 변화하며 구조들을 만들어 왔지만 다른 것들이 없을까 생각을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학생 조직을 협동조합처럼 만들어서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학생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하면 되겠다는 것에서 넘어서 진짜 학생이 주인이 되는 자치의 형태나 조직의 형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들도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들로 한 발 내딛어 볼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몰라 : 저도 하나만 더 보태자면 일반 학교의 경우, 목적이 공부를 잘 하거나 입시의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어 학생자치는 부수적인 것들로 여겨지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캠에서 학생 문화를 만들어오고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학생자치가 그 자체로 교육의 목적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이에요. 말하자면 학교가 학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생자치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학교나 교사가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생자치와 학생문화를 통해서 학생들이 성장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나아가 학교 운영의 틀 안에 학생자치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자치'는 학교와 교사, 학생 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해 나갈 때 변화가 느껴지는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레터 다음 호에서는 거꾸로캠퍼스 학생들과 '학생자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보려고 하는데요, 학생들이 느끼는 학생자치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디쯤에 와 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코-레터에서는 이번 호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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