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께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교육실험실21 대표 쩜백과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학생주도성' 입니다.
(출처 : 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편집팀 (이하 생략) : ‘학생주도성’은 경제개발협력기구인 OECD가 발표한 OECD Learning Compass(학습나침반)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이 학습나침반은 예측불가능한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학습자가 갖춰야 하는 역량들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학생주도성’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의미가 있지만 학생이 무엇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주도성을 갖는다는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쩜백 (이하 생략) : ‘학생주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이라는 단어를 빼고 ‘주도성’에 집중하여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지만 교육의 결과로서 나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이고, 한 사람의 시민이거든요.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을 형성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조금 더 본질적인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본다면, 교육이라는 게 단순히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서 한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지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주도성은 ‘학생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뭔가를 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한 사람이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살아 나간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 근본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학생들이 교육 안에서의 주도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 전체 안에서의 주도성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철학자들이나 시대를 잘 읽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빌려서 지금 세상을 바라보면 현대의 사회인 중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해요. 에리히 프롬 같은 학자들의 책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는 사람이 정해진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일종의 기계 부품과 같은 삶을 살게 되기가 쉽다고 나와 있고요. 점점 고도화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삶의 목표이자 삶에서의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학생주도성은 학생들이 학습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 혹은 작은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아는 상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인 ‘자기주도학습’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자기주도학습’은 학생주도성의 아주 일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사실 내가 왜 학습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동기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로 학습을 진행하고 나의 학습에 대해 돌아보는 데서 나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OECD Learning Compass 2030안에 있는 컨셉 노트를 살펴보면 ‘학생주도성이 다양한 맥락에서 발휘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번역에 따라 ‘학생행위주체성’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도덕적 행위주체성, 사회적 행위주체성, 경제적 행위주체성, 창의적 행위주체성 등이 모든 사람의 어떤 삶의 맥락에서 발휘될 수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이러한 한 사람의 행위주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부분인 주도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왜 학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에서부터 목표까지 컨셉 노트에 언급된 다양한 행위주체성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 강조되거나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컨셉 노트에서 봤던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저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 중 하나이기도 한데 우선적으로는 ‘주도성’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점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분들은 학생주도성이 성격적 특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세요. “저 친구는 주도적인 성격을 갖고 있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학생주도성을 성격적 특성이라고 이해하게 되면 학습하거나 개발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성격이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것 또는 주도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것이잖아요. 말하자면 학생주도성은 성격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연습과 학습과 개발을 통해서 길러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무조건적으로 학생들이 뭔가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과연 학생의 주도성을 높이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겠는데, 컨셉 노트에도 이에 대한 의견이 나옵니다. 학습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 때, 이 학생들의 주도성이 높아지는지를 연구한 결과가 제시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학습 수준이 높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습 과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 때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나 자기주도능력 같은 것들이 오히려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나서 나에게 정말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선택은 학업수준이나 학생의 주도성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주도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 단순히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거나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준다는 것과 동일하게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성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것을 왜 해야 하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할 때는 성인이 옆에서 도와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이 ‘코칭’인데요, 제가 경험했던 것은 학생들이 무언가를 선택하게 할 때 좋은 선택과 좋지 않은 선택, 또는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선택과 도움이 되지 않은 선택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학생들에게 제대로 선택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상태에서 선택을 하게 하는 것과 무조건 열어주고 네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하는 것과는 학생의 성장 폭이 굉장히 달랐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강조될 것은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학생이 어떻게 주도성을 개발해고 발휘해서 능력치를 더 높일 수 있겠어요. 전통적인 학습 환경에서는 교사가 전달하는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학습해서 자신의 지식수준을 높여야 했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주도성을 높일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저는 삶에서의 주도성, 학습의 주도성을 높여주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진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학생주도형 프로젝트 학습’이고요.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하려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성찰을 통해서 계속해서 목표를 수정하고 새로운 실행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OECD Learning Compass 에서는 이것을 ‘AAR 사이클’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 사이클만 수행한다고 해서 주도성이 높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이 사이클을 실행한다는 것은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과 학습 방법들이 이런 식으로 세팅되어 있어야 학생들도 주도성을 발휘하기가 보다 수월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 디자인된 거캠만의 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문화도 조성되어야 합니다. 거캠에는 그러한 환경과 문화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교육과정 자체가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해서 프로젝트를 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문화, 그 시도에 대해서 옆에서 좋은 피드백과 도움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코칭 교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캠의 교육과정을 보면 의외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실제로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 것이기도 하거든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기초를 세우는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선택하게 만들어 놓지 않았어요. 그것을 토대로 점점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혀가는 방식이죠. 예를 들면, 알파랩 수업 같은 경우도 학생들의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의 수업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학생들에게 “해봐, 기회는 열려 있어”가 아니라 해볼 수 있도록 역량 혹은 지식, 기능도 함께, 마찬가지로 가치와 태도도 같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놓은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나중에 진짜 주도성과 문제 해결력을 발휘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학생 중에서는 “우리가 왜 이렇게 오래 혜화랩과 같은 기본 과정을 해야 하냐?”고 질문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오히려 문제 해결 과정까지 몇 년의 경험이 쌓인 학생들은 “내가 1년 동안 내가 혜화랩에서 기초를 쌓지 않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만약에 학생들이 거캠에 들어왔을 때,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우라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 질문해보면 그것은 아니라는 게 거캠 코칭 교사들의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많은 걸 선택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은 어느 정도 핵심 기초를 쌓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찾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만들고 옆에서 도움을 주는 코칭 교사들 덕분에 학생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문제를 선택하고 그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있는 학습을 진행하고, 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학습도 진행해 나가면서 그 안에서 학생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해 나가는 부분 때문입니다.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해 나간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프로젝트가 하나의 교육과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학생들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방식인 거죠. 그래서 교육과정 안에서는 기초적인 부분은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그 핵심 기초를 쌓아서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혀가는 방향과 동시에 학생들이 A부터 Z까지 다 선택해야 하는데 그 선택에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제안해주는, 프로젝트에 대한 코칭도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학생들이 ‘학생주도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것을 어떻게 자극하고 촉진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동기는 내적 동기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적 동기도 외적 동기에 의해서 시작이 되고 그걸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내적 동기가 발생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동기가 발생되고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거캠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기는 외적 동기나 내적 동기의 구분보다는 (학생들의 언어를 빌려보자면) ‘성장에 대한 동기’인 것 같습니다. 내가 거캠에서 계속 학습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1년 전의 나보다 혹은 지난달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과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거캠 안에 문화로 잘 자리 잡고 있거든요. 거캠에 학년은 없지만 나보다 먼저 입학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는지를 잘 볼 수 있고, 저 친구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프로젝트를 나도 해보고 싶다는 그 동기가 거캠 학생들한테는 강한 동기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내가 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가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과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동기로서 잘 작동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바깥에서 피드백을 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그 부분이 거캠의 코칭 선생님들이 굉장히 훌륭하게 해 주고 계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촉진하는 피드백이라는 게 사실 어렵거든요. 칭찬만 해도 안 되고, 질책만 해도 안 되죠. 이러한 부분들을 잘 조정하고 학생의 상황과 성향을 진단해서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이 거캠 안에서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안에서 학생들이 성장하고자 하는 진짜 동기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캠 안에서 학생주도성이 발휘되고 있음을 실감한 사례들이 있으면 좀 더 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데요. (웃음) 지난 코-레터 키워드이기도 했던 ‘학생자치’ 부분에서 학생주도성이 잘 발휘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교육과정이나 프로젝트 학습과 관련된 교육과정만 생각했을 때, 디자인된 틀 안에서의 학생주도성은 의도를 갖고 설계한 것이 있지만 정말 학생들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자치 부분에서 학생주도성이 발휘되었을 때 거캠 안에서 학생들이 진짜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가치와 태도 측면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을 볼 때가 특히 그런데요, 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어떤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일과 시간 이외에도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탐구하는데, 이것이 단지 교육과정 안에 있으니까,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또, 엑시트하고 나서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창업으로 연결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어가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프로젝트 내의 문제를 내가 삶에서 풀고 싶은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도덕적, 사회적, 창의적, 경제적 행위주체성을 발휘하면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2022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학습자의 ‘주도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지식을 아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 적용하고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 및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거캠 이외의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의 모습들을 발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재로서는 제가 많은 사례를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고교 학점제’ 같은 경우도 결국은 학생들의 주도성에 기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제도이거든요. 학생들이 단순히 주어진 시간표에 따라서 학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학습의 시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제에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의 진로나 흥미나 관심에 기반해서 자신의 학습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깔려 있으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학생주도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부나 여러 기관에서도 제도들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AI디지털교과서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학습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AI가 기초를 다지는 것을 돕고, 학생들은 분석하고 창조하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의 영역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진 제도나 정책, 시도의 장이 마련되고 있기도 하고 교육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흐름들이 현재진행형인 것 같아요. 실제 실행될 때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무수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나아갈 길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힘은 오직 학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모든 이에게 중요한 역량이라는 것이 새삼 와 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레터에서는 이번 호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2024년 코-레터에서는 동시대의 교육 이슈나 함께 생각하면 좋을 화두들을 대화로 나누어 생각을 확장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독자분들께 보다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기 위함인데요, 교육실험실21 대표 쩜백과 편집팀이 나눈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번 회차의 키워드는 '학생주도성' 입니다.
(출처 : https://www.oecd.org/education/2030-project/)
편집팀 (이하 생략) : ‘학생주도성’은 경제개발협력기구인 OECD가 발표한 OECD Learning Compass(학습나침반)에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이 학습나침반은 예측불가능한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학습자가 갖춰야 하는 역량들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학생주도성’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의미가 있지만 학생이 무엇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주도성을 갖는다는 것이며, 그것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를 포함한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쩜백 (이하 생략) : ‘학생주도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생’이라는 단어를 빼고 ‘주도성’에 집중하여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지만 교육의 결과로서 나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이고, 한 사람의 시민이거든요.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서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을 형성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조금 더 본질적인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본다면, 교육이라는 게 단순히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을 배우는 차원을 넘어서 한 사람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할 것인지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주도성은 ‘학생들이’ 주도성을 가지고 뭔가를 한다는 의미에서 더 나아가 한 사람이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내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살아 나간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는 것이 근본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결국에는 학생들이 교육 안에서의 주도성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 전체 안에서의 주도성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철학자들이나 시대를 잘 읽고 있는 사람들의 눈을 빌려서 지금 세상을 바라보면 현대의 사회인 중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해요. 에리히 프롬 같은 학자들의 책을 보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는 사람이 정해진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일종의 기계 부품과 같은 삶을 살게 되기가 쉽다고 나와 있고요. 점점 고도화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삶의 목표이자 삶에서의 교육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학생주도성은 학생들이 학습을 주도적으로 하는 것, 혹은 작은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아는 상태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교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인 ‘자기주도학습’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자기주도학습’은 학생주도성의 아주 일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사실 내가 왜 학습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고 동기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실제로 학습을 진행하고 나의 학습에 대해 돌아보는 데서 나오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OECD Learning Compass 2030안에 있는 컨셉 노트를 살펴보면 ‘학생주도성이 다양한 맥락에서 발휘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번역에 따라 ‘학생행위주체성’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요, 도덕적 행위주체성, 사회적 행위주체성, 경제적 행위주체성, 창의적 행위주체성 등이 모든 사람의 어떤 삶의 맥락에서 발휘될 수 있다고 합니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이러한 한 사람의 행위주체성과 연결되어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부분인 주도성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내가 왜 학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동기에서부터 목표까지 컨셉 노트에 언급된 다양한 행위주체성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 강조되거나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던 컨셉 노트에서 봤던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저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 중 하나이기도 한데 우선적으로는 ‘주도성’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중점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예를 들어보자면, 어떤 분들은 학생주도성이 성격적 특성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세요. “저 친구는 주도적인 성격을 갖고 있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학생주도성을 성격적 특성이라고 이해하게 되면 학습하거나 개발해야 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성격이 적극적이거나 소극적인 것 또는 주도적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른 것이잖아요. 말하자면 학생주도성은 성격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연습과 학습과 개발을 통해서 길러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무조건적으로 학생들이 뭔가를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과연 학생의 주도성을 높이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겠는데, 컨셉 노트에도 이에 대한 의견이 나옵니다. 학습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 때, 이 학생들의 주도성이 높아지는지를 연구한 결과가 제시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학습 수준이 높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습 과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택을 하게 했을 때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나 자기주도능력 같은 것들이 오히려 저하되는 결과가 나타나서 나에게 정말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선택은 학업수준이나 학생의 주도성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주도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 단순히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거나 학생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준다는 것과 동일하게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성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것을 왜 해야 하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할 때는 성인이 옆에서 도와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이 ‘코칭’인데요, 제가 경험했던 것은 학생들이 무언가를 선택하게 할 때 좋은 선택과 좋지 않은 선택, 또는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선택과 도움이 되지 않은 선택이 분명히 있을 텐데 학생들에게 제대로 선택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상태에서 선택을 하게 하는 것과 무조건 열어주고 네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하는 것과는 학생의 성장 폭이 굉장히 달랐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강조될 것은 학생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 같아요. 사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이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학생이 어떻게 주도성을 개발해고 발휘해서 능력치를 더 높일 수 있겠어요. 전통적인 학습 환경에서는 교사가 전달하는 것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학습해서 자신의 지식수준을 높여야 했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주도성을 높일 수가 없지요.
그래서 저는 삶에서의 주도성, 학습의 주도성을 높여주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진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학생주도형 프로젝트 학습’이고요.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하려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성찰을 통해서 계속해서 목표를 수정하고 새로운 실행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OECD Learning Compass 에서는 이것을 ‘AAR 사이클’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 사이클만 수행한다고 해서 주도성이 높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이 사이클을 실행한다는 것은 주도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과정과 학습 방법들이 이런 식으로 세팅되어 있어야 학생들도 주도성을 발휘하기가 보다 수월하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해서 디자인된 거캠만의 교육 과정에 대해서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문화도 조성되어야 합니다. 거캠에는 그러한 환경과 문화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교육과정 자체가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해서 프로젝트를 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학생들이 스스로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문화, 그 시도에 대해서 옆에서 좋은 피드백과 도움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코칭 교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거캠의 교육과정을 보면 의외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그런데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실제로 선택하는 것이 굉장히 많은 것이기도 하거든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기초를 세우는 부분에서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선택하게 만들어 놓지 않았어요. 그것을 토대로 점점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혀가는 방식이죠. 예를 들면, 알파랩 수업 같은 경우도 학생들의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혀가는 과정의 수업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학생들에게 “해봐, 기회는 열려 있어”가 아니라 해볼 수 있도록 역량 혹은 지식, 기능도 함께, 마찬가지로 가치와 태도도 같이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해놓은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나중에 진짜 주도성과 문제 해결력을 발휘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학생 중에서는 “우리가 왜 이렇게 오래 혜화랩과 같은 기본 과정을 해야 하냐?”고 질문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오히려 문제 해결 과정까지 몇 년의 경험이 쌓인 학생들은 “내가 1년 동안 내가 혜화랩에서 기초를 쌓지 않았다면 지금 하고 있는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걸 보면 만약에 학생들이 거캠에 들어왔을 때, 배우고 싶은 것만 배우라고 한다면 이렇게까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었을까 질문해보면 그것은 아니라는 게 거캠 코칭 교사들의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많은 걸 선택하고 있다고 말씀드린 것은 어느 정도 핵심 기초를 쌓은 상태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찾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만들고 옆에서 도움을 주는 코칭 교사들 덕분에 학생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문제를 선택하고 그 프로젝트에 대해 깊이 있는 학습을 진행하고, 또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학습도 진행해 나가면서 그 안에서 학생이 제대로 된 선택을 해 나가는 부분 때문입니다. 직접 교육과정을 구성해 나간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프로젝트가 하나의 교육과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학생들마다 다른 교육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방식인 거죠. 그래서 교육과정 안에서는 기초적인 부분은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그 핵심 기초를 쌓아서 할 수 있는 것의 폭을 넓혀가는 방향과 동시에 학생들이 A부터 Z까지 다 선택해야 하는데 그 선택에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제안해주는, 프로젝트에 대한 코칭도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학생들이 ‘학생주도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것을 어떻게 자극하고 촉진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동기는 내적 동기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내적 동기도 외적 동기에 의해서 시작이 되고 그걸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내적 동기가 발생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동기가 발생되고 잘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거캠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기는 외적 동기나 내적 동기의 구분보다는 (학생들의 언어를 빌려보자면) ‘성장에 대한 동기’인 것 같습니다. 내가 거캠에서 계속 학습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1년 전의 나보다 혹은 지난달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과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거캠 안에 문화로 잘 자리 잡고 있거든요. 거캠에 학년은 없지만 나보다 먼저 입학한 학생들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는지를 잘 볼 수 있고, 저 친구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프로젝트를 나도 해보고 싶다는 그 동기가 거캠 학생들한테는 강한 동기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내가 이 안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가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과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끔 하는 동기로서 잘 작동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바깥에서 피드백을 해 주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그 부분이 거캠의 코칭 선생님들이 굉장히 훌륭하게 해 주고 계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촉진하는 피드백이라는 게 사실 어렵거든요. 칭찬만 해도 안 되고, 질책만 해도 안 되죠. 이러한 부분들을 잘 조정하고 학생의 상황과 성향을 진단해서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것이 거캠 안에서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안에서 학생들이 성장하고자 하는 진짜 동기를 갖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캠 안에서 학생주도성이 발휘되고 있음을 실감한 사례들이 있으면 좀 더 전해주셔도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데요. (웃음) 지난 코-레터 키워드이기도 했던 ‘학생자치’ 부분에서 학생주도성이 잘 발휘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교육과정이나 프로젝트 학습과 관련된 교육과정만 생각했을 때, 디자인된 틀 안에서의 학생주도성은 의도를 갖고 설계한 것이 있지만 정말 학생들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자치 부분에서 학생주도성이 발휘되었을 때 거캠 안에서 학생들이 진짜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생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가치와 태도 측면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을 볼 때가 특히 그런데요, 프로젝트를 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어떤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일과 시간 이외에도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탐구하는데, 이것이 단지 교육과정 안에 있으니까,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또, 엑시트하고 나서 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창업으로 연결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이어가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프로젝트 내의 문제를 내가 삶에서 풀고 싶은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도덕적, 사회적, 창의적, 경제적 행위주체성을 발휘하면서 실제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2022년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학습자의 ‘주도성’이 강조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지식을 아는 것에서 나아가 실제 적용하고 융합적으로 사고하고 행동 및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거캠 이외의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의 모습들을 발견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현재로서는 제가 많은 사례를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요즘 많이 언급되고 있는 ‘고교 학점제’ 같은 경우도 결국은 학생들의 주도성에 기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제도이거든요. 학생들이 단순히 주어진 시간표에 따라서 학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학습의 시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전제에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의 진로나 흥미나 관심에 기반해서 자신의 학습을 형성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깔려 있으니까요. 이런 부분에서 학생주도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육부나 여러 기관에서도 제도들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AI디지털교과서도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하는데 학습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AI가 기초를 다지는 것을 돕고, 학생들은 분석하고 창조하는 등 보다 고차원적인 사고의 영역을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주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을 가진 제도나 정책, 시도의 장이 마련되고 있기도 하고 교육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한 흐름들이 현재진행형인 것 같아요. 실제 실행될 때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무수한 선택지가 주어지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하고 나아갈 길을 주도적으로 개척하는 힘은 오직 학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모든 이에게 중요한 역량이라는 것이 새삼 와 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레터에서는 이번 호 키워드와 관련하여 의견과 보태어 주시는 것도, 다루어졌으면 하는 키워드를 제안해 주시는 것도 언제든 환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