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캠퍼스에서 올해 역사 수업 특강을 함께 해 주고 계신 유한상(여우) 선생님께서 거캠과의 인연과 거캐머와 함께 했던 수업의 순간들을 이야기로 전해주셨습니다. 📬


(여러분과의 사진은 아니지만 교사에게 학생들은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저를 소개하는 첫 사진은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두 명이 있어서 제가 누구인지 한 장의 사진을 더 넣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 저는 대전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여우 유한상입니다. 🐺
"어? 그럼 공립학교 교사인가요?"
"네^^."
“그럼 어떻게 우리와 수업을 해요?”
소위 공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가 어떻게 여러분과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살짝 궁금하지요?
우선 어떻게 제가 여러분과 수업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고 싶네요. 작년에 거캠 헤드티처 쩜백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캠에서 역사 교사를 뽑는다 했고, 좋은 교사가 있으면 추천을 해 달라 하셨어요. 몇 분 선생님에게 제안을 해 보았고, 또 아는 분들에게 추천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거캠을 아는 사람들은 우선 준비가 필요했을 거라 생각해요. 볼더 선생님처럼 학생 때 거꾸로 수업을 접하기도 쉽지 않고요. 무엇보다 거캠 학생들과 수업하려면 내공도 필요하니까요. 여러분이 받는 수업이 학생 중심의 수업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수업을 준비하려면 일반 강의식 수업보다 4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이건 알고 있었지요? 선생님들 노력에 박수를 주세요!) 반면 거캠을 모르는 분들은 여기가 어떤 곳인지 낯설어서 지원하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던 중 올해(2024) 다시 쩜백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역사 수업을 특강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좋은 교사를 추천하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 저에게 수업을 제안하시는 거예요. 왜 "와!" 냐고요? 저는 거캠을 엄청 좋아합니다. 거캠의 수업도, 거캠의 학생들도, 물론 거캠의 선생님도 모두 좋아합니다. 또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요? 세 가지 이유 때문이예요. 첫째는 거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저는 참 좋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고요. 세 번째는 저의 아들이 거캠을 나왔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똘지가 거캠에 들어가기 전 중1 때, 두 번째 사진은 2022년 거캠 EXIT 후)
똘지는 거캠 재학생 여러분의 선배입니다. 중2 때 배움장터를 경험하고 거캠을 선택하였고 그곳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지금은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똘지가 거캠에 가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캠에 계시는 한 분에 대한 믿음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분이 누구인지 궁금하겠지만, 그건 4월 수업에 가서 이야기 할게요. 😁
학교의 비전을 알고 있고, 저의 아이까지 거캠을 다녔으니 제가 거캠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고 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거기에 더해 여러분과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일이잖아요.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안다는 것이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학생들의 수업 자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제가 수업해도 돼요?”라고 바로 승낙을 하였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역사 수업을 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학생들의 생각 주머니가 커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경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거캠 수업을 하겠다고 하는건 무리가 있어요. 아직 일반계 고등학교에서의 수업은 수능과 대학에 맞춰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선생님들은 강의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했던 수업들은 어쩌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해온 건 아니었나?... 라고 하는 건 거짓말 일 거예요. 저는 '거꾸로 수업'은 하지 않아요. 좋은 수업 방법이지만 저와는 조금 맞지 않거든요. 저는 탐구 수업을 좋아해요. 활동지를 활용해서 탐구하고 토의토론하면서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력과 탐구심,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수업들이요. 그래서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해 왔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수업 방법으로 여러분과 함께 수업하게 되어 정말 좋아요. 여러분만을 위해 지금까지의 수업을 해온 건 아니지만 여러분 만큼 깊이 있는 탐구를 시간 내내 한 학생들은 지금까지는 어느 누구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요, 위에서 제가 거짓말일 거라고 한 그 부분이요. 그부분이 참 중요해요. 우리는 살면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지 알지 못해요. 이런 상상을 한 번 해 봐요. 지금 여러분 눈앞에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미래를 알려주는 자료가 있어요. 심지어 언제 죽는지도 나와요. 그럼 여러분은 그걸 열어보겠어요? 열어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내가 희망하는 나의 미래가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또 심지어 무슨 노력을 해도 잘 안되는 미래라는 걸 알게 되어도 열심히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겠어요? 미래는 예측불허입니다. 그래서 삶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다시 돌아가 봐요. 무엇을 할 지는 모르지만 만약 내가 열심히 준비해 온 일이 있다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당장 눈앞에서 꼭 해야 하는 목표(예를 들면 검정고시 준비같은?)가 아니어도 꾸준히 무언가를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때 조금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거예요. 잊지 마세요. 이건 정말 중요해요.
여러분과 수업을 하는데 저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여러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업을 시작했다는 것이예요. 보통은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수업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특성부터 수업을 위한 준비상태(역사적 지식이나 수업에 바라는 것 등등)를 파악할 수 있어요. 특히 탐구수업을 할 때에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저는 모든 수업을 모둠으로 하기 때문에 모둠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면 그들 사이의 관계 형성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준비를 하고 나서 수업을 해야만 하는데, 여러분과는 그걸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한 달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고 그 시간도 세 시간 밖에는 되지 않거든요. 시간과 진도에 쫒기는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여러분과 수업에서는 시간 부족을 절실히 느낀다는 건 좀 모순적이지만, 그게 지금의 현실이니까 어떻게든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게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었습니다.
느낌 카드 모두 기억하지요? 짧은 시간에 여러분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가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먼저 거캠에 처음 입학한 날 여러분이 느꼈을 느낌을 알고 싶었어요. 여러분이 선택한 카드 중 가장 많은 느낌은 신기한(4표)과 지친(4표), 설레는(3표) 이었어요. 아무리 거캐머지만 10대의 여러분이 짊어지고 있는 부담들은 적은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수업에 대한 기대와 수업을 다 하고 나서 가지게 될 느낌에 대한 생각들!
'기대되는, 궁금한, 설레는, 반가운'을 가장 많은 느낌으로 표현하였지만 긴장하고 겁나고 걱정되고 혼란스러운 느낌도 섞여 있었고요. 수업을 다 하고 나서는 재미있었고, 만족스럽고, 충만하고, 당당하고, 자신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모든 느낌들을 다 담아서 수업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기에는 우리의 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요. 당장 한 달 후 여러분이 한달 전에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고 배움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기대일 수 있어요.
여러분은 역사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기를 원할까요?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이 쓴 글 중 세 친구의 글을 소개해 볼게요.
루나
Q. 이 수업을 왜 받을까요?
A. 역사의 필요성을 느낀 만큼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Q. 역사는 왜 필요할까요?
A. 어떻게보면 우리들이 살아왔던 길이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알기 위해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을까요?
A. 원래는 역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번 역사 수업을 하면서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습니다.
나우
Q. 여러분에게 역사 수업은 왜 필요한 거에요?
A.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인간의 전쟁, 파괴, 죽음 이런 것들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기 위해 역사 수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수업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어요?
A. Foresight, 한국어로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앞으로의 전망을 살피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각을 역량으로써 키우고 싶습니다.
하늘
Q. 이 수업을 왜 받을까요?
A. 역사 수업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를 관찰하기 위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Q. 역사는 왜 필요할까요?
A.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아는 것 뿐만 아닌 지나간 사건들을 돌아보며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문제점들을 성찰하고 고칠 수 있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을까요?
A. 과거에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고 과거에 했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과 사고를 기르고 싶어요.
위에 있는 세 친구의 글을 포함해서 여러분 모두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단지 과거의 사실만 공부한다면 그게 무슨 필요가 있고 의미가 있을까요? 과거의 사실은 하나이지만 그 사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처해진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무엇을 하면 더 좋은지, 그 시점에 어떤 판단을 내렸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통치자든 국민이든 그런 결정을 내려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등등 우리는 모두 역사를 통해 배웁니다. 이번 학기 우리들의 주제는 '정치와 선거, 나의 삶'에 대한 것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합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난 후 우리들이 치른 첫 선거는 어떤 모습이었고 무엇을 준비하고 고민했을까요? 부터 우리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수업이 끝나고 여러분에게 어떤 배움이 남을지, 그 배움이 어떤 역량으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 그건 모두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배움을 위해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 함께 잘 달려 볼까요?
여우가 말했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예요.”
이 수업을 포함한 2024년 1학기 수업을 통해 사막의 아름다움을 찾으시기를 소원합니다. 🌟
글 / 유한상(여우)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말씀들이었는데요, 여우 선생님과의 소중한 만남 속에서 쑥쑥 자라날 거캐머의 생각들도 귀기울여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

거꾸로캠퍼스에서 올해 역사 수업 특강을 함께 해 주고 계신 유한상(여우) 선생님께서 거캠과의 인연과 거캐머와 함께 했던 수업의 순간들을 이야기로 전해주셨습니다. 📬
(여러분과의 사진은 아니지만 교사에게 학생들은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저를 소개하는 첫 사진은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두 명이 있어서 제가 누구인지 한 장의 사진을 더 넣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 저는 대전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여우 유한상입니다. 🐺
"어? 그럼 공립학교 교사인가요?"
"네^^."
“그럼 어떻게 우리와 수업을 해요?”
소위 공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가 어떻게 여러분과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을까 살짝 궁금하지요?
우선 어떻게 제가 여러분과 수업을 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고 싶네요. 작년에 거캠 헤드티처 쩜백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거캠에서 역사 교사를 뽑는다 했고, 좋은 교사가 있으면 추천을 해 달라 하셨어요. 몇 분 선생님에게 제안을 해 보았고, 또 아는 분들에게 추천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거캠을 아는 사람들은 우선 준비가 필요했을 거라 생각해요. 볼더 선생님처럼 학생 때 거꾸로 수업을 접하기도 쉽지 않고요. 무엇보다 거캠 학생들과 수업하려면 내공도 필요하니까요. 여러분이 받는 수업이 학생 중심의 수업이다 보니 선생님들이 수업을 준비하려면 일반 강의식 수업보다 4배 이상의 에너지가 필요하거든요. (이건 알고 있었지요? 선생님들 노력에 박수를 주세요!) 반면 거캠을 모르는 분들은 여기가 어떤 곳인지 낯설어서 지원하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던 중 올해(2024) 다시 쩜백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역사 수업을 특강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좋은 교사를 추천하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와! 저에게 수업을 제안하시는 거예요. 왜 "와!" 냐고요? 저는 거캠을 엄청 좋아합니다. 거캠의 수업도, 거캠의 학생들도, 물론 거캠의 선생님도 모두 좋아합니다. 또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요? 세 가지 이유 때문이예요. 첫째는 거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저는 참 좋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그곳에 계시기 때문이고요. 세 번째는 저의 아들이 거캠을 나왔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똘지가 거캠에 들어가기 전 중1 때, 두 번째 사진은 2022년 거캠 EXIT 후)
똘지는 거캠 재학생 여러분의 선배입니다. 중2 때 배움장터를 경험하고 거캠을 선택하였고 그곳에서 많은 배움을 얻고 지금은 영국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똘지가 거캠에 가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거캠에 계시는 한 분에 대한 믿음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분이 누구인지 궁금하겠지만, 그건 4월 수업에 가서 이야기 할게요. 😁
학교의 비전을 알고 있고, 저의 아이까지 거캠을 다녔으니 제가 거캠에 대해서는 조금 안다고 해도 되겠지요? 그런데 거기에 더해 여러분과 수업을 할 수 있게 되는 일이잖아요.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안다는 것이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학생들의 수업 자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제가 수업해도 돼요?”라고 바로 승낙을 하였습니다.
저는 학생들과 역사 수업을 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학생들의 생각 주머니가 커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경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 거캠 수업을 하겠다고 하는건 무리가 있어요. 아직 일반계 고등학교에서의 수업은 수능과 대학에 맞춰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선생님들은 강의를 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거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제가 했던 수업들은 어쩌면 여러분을 위해 준비해온 건 아니었나?... 라고 하는 건 거짓말 일 거예요. 저는 '거꾸로 수업'은 하지 않아요. 좋은 수업 방법이지만 저와는 조금 맞지 않거든요. 저는 탐구 수업을 좋아해요. 활동지를 활용해서 탐구하고 토의토론하면서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력과 탐구심, 그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런 수업들이요. 그래서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을 해 왔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수업 방법으로 여러분과 함께 수업하게 되어 정말 좋아요. 여러분만을 위해 지금까지의 수업을 해온 건 아니지만 여러분 만큼 깊이 있는 탐구를 시간 내내 한 학생들은 지금까지는 어느 누구도 없을 거예요.
그런데요, 위에서 제가 거짓말일 거라고 한 그 부분이요. 그부분이 참 중요해요. 우리는 살면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지 알지 못해요. 이런 상상을 한 번 해 봐요. 지금 여러분 눈앞에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미래를 알려주는 자료가 있어요. 심지어 언제 죽는지도 나와요. 그럼 여러분은 그걸 열어보겠어요? 열어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내가 희망하는 나의 미래가 아님을 알게 되었어요. 또 심지어 무슨 노력을 해도 잘 안되는 미래라는 걸 알게 되어도 열심히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겠어요? 미래는 예측불허입니다. 그래서 삶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다시 돌아가 봐요. 무엇을 할 지는 모르지만 만약 내가 열심히 준비해 온 일이 있다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지 않을까요? 당장 눈앞에서 꼭 해야 하는 목표(예를 들면 검정고시 준비같은?)가 아니어도 꾸준히 무언가를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때 조금 수월하게 잡을 수 있을거예요. 잊지 마세요. 이건 정말 중요해요.
여러분과 수업을 하는데 저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여러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업을 시작했다는 것이예요. 보통은 두 시간에서 세 시간 정도 수업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특성부터 수업을 위한 준비상태(역사적 지식이나 수업에 바라는 것 등등)를 파악할 수 있어요. 특히 탐구수업을 할 때에는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저는 모든 수업을 모둠으로 하기 때문에 모둠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면 그들 사이의 관계 형성도 중요하거든요? 그런 준비를 하고 나서 수업을 해야만 하는데, 여러분과는 그걸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았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한 달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하고 그 시간도 세 시간 밖에는 되지 않거든요. 시간과 진도에 쫒기는 일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여러분과 수업에서는 시간 부족을 절실히 느낀다는 건 좀 모순적이지만, 그게 지금의 현실이니까 어떻게든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겠다는게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었습니다.
느낌 카드 모두 기억하지요? 짧은 시간에 여러분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가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먼저 거캠에 처음 입학한 날 여러분이 느꼈을 느낌을 알고 싶었어요. 여러분이 선택한 카드 중 가장 많은 느낌은 신기한(4표)과 지친(4표), 설레는(3표) 이었어요. 아무리 거캐머지만 10대의 여러분이 짊어지고 있는 부담들은 적은 것이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수업에 대한 기대와 수업을 다 하고 나서 가지게 될 느낌에 대한 생각들!
'기대되는, 궁금한, 설레는, 반가운'을 가장 많은 느낌으로 표현하였지만 긴장하고 겁나고 걱정되고 혼란스러운 느낌도 섞여 있었고요. 수업을 다 하고 나서는 재미있었고, 만족스럽고, 충만하고, 당당하고, 자신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들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모든 느낌들을 다 담아서 수업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기에는 우리의 수업 시간이 너무 짧아요. 당장 한 달 후 여러분이 한달 전에 공부한 것을 잘 기억하고 배움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기대일 수 있어요.
여러분은 역사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우기를 원할까요? 저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이 쓴 글 중 세 친구의 글을 소개해 볼게요.
루나
Q. 이 수업을 왜 받을까요?
A. 역사의 필요성을 느낀 만큼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기 위해서입니다.
Q. 역사는 왜 필요할까요?
A. 어떻게보면 우리들이 살아왔던 길이고, 앞으로 살아갈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알기 위해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을까요?
A. 원래는 역사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번 역사 수업을 하면서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싶습니다.
나우
Q. 여러분에게 역사 수업은 왜 필요한 거에요?
A.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인간의 전쟁, 파괴, 죽음 이런 것들밖에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지기 위해 역사 수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수업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어요?
A. Foresight, 한국어로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앞으로의 전망을 살피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시각을 역량으로써 키우고 싶습니다.
하늘
Q. 이 수업을 왜 받을까요?
A. 역사 수업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를 관찰하기 위해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Q. 역사는 왜 필요할까요?
A.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아는 것 뿐만 아닌 지나간 사건들을 돌아보며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이나 문제점들을 성찰하고 고칠 수 있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역량을 키우고 싶을까요?
A. 과거에 지나간 역사를 돌아보고 과거에 했던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미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과 사고를 기르고 싶어요.
위에 있는 세 친구의 글을 포함해서 여러분 모두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을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단지 과거의 사실만 공부한다면 그게 무슨 필요가 있고 의미가 있을까요? 과거의 사실은 하나이지만 그 사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처해진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무엇을 하면 더 좋은지, 그 시점에 어떤 판단을 내렸어야 했는지, 그리고 그 시점에 통치자든 국민이든 그런 결정을 내려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등등 우리는 모두 역사를 통해 배웁니다. 이번 학기 우리들의 주제는 '정치와 선거, 나의 삶'에 대한 것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합니다. 1945년 해방이 되고 난 후 우리들이 치른 첫 선거는 어떤 모습이었고 무엇을 준비하고 고민했을까요? 부터 우리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수업이 끝나고 여러분에게 어떤 배움이 남을지, 그 배움이 어떤 역량으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 그건 모두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배움을 위해 저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 함께 잘 달려 볼까요?
여우가 말했습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예요.”
이 수업을 포함한 2024년 1학기 수업을 통해 사막의 아름다움을 찾으시기를 소원합니다. 🌟
글 / 유한상(여우)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말씀들이었는데요, 여우 선생님과의 소중한 만남 속에서 쑥쑥 자라날 거캐머의 생각들도 귀기울여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